2003년 4월1일, 세상을 등진 장국영을 추모하며...

서기찬 / 기사승인 : 2017-03-31 12: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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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비정전(1990, 감독:왕가위)'의 최고 명장면, 아비가 속옷차림으로 맘보 춤을 추는 씬. 미래의 불안을 씻기위한 역설적인 순간의 몸부림인가. (영화 '아비정전' 중에서)
영화 '아비정전'에는 유난히 시계가 클로즈업 되는 씬이 많다.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의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일까.(영화 '아비정전'중에서)

[한스타=서기찬 기자] "1960년 4월16일 오후 3시, 우린 1분 동안 함께 했어. 난 잊지 않을거야. 우리 둘 만의 소중했던 1분을. 이 1분은 지울 수 없어. 이미 과거가 되었으니. 이제 오후 3시만 되면 넌 나를 생각하게 될거야"


-'아비정전(Days of Being Wild, 1990, 감독: 왕가위)'에서 아비가 수리진에게.


어머니에게 버림 받은 아비(장국영)는 진실한 사랑을 모르는 바람둥이입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것처럼 보이나 사랑하는 것이 두렵고 무섭습니다. 연인 수리진(장만옥)이나 루루(유가령)가 다가오면 멀어집니다.


아비는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보다 오늘과 순간에 충실 하는 1990년 홍콩 젊은이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아비가 한 여자에게 머물지 못하는 것은 1997년 중국으로의 반환을 앞둔 홍콩 주민들의 정서를 대신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감독은 발이 없어 땅에 닿지 못하고 계속 어딘가로 날아야만 하는 발 없는 새의 이야기를 주인공 아비의 입을 통해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아비정전'의 최고 명장면은 속옷 차림의 아비가 혼자 맘보댄스를 추는 씬 입니다. 미래의 불안을 씻기위한 역설적인 순간의 몸부림입니다.


또 영화에서 유독 시계가 자주 클로즈업됩니다. 홍콩의 중국 반환이 다가 오고 있는 것이지요. 짧은 시간을 오래, 길게 기억에 담아 두고 싶은 주인공들의 처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결국 홍콩의 청춘들은 현재의 고통을 순화하기 위해 과거의 특정한 순간을 간직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국내 개봉 당시(1990년 12월), 감독과 제목만 보고 '열혈남아(왕가위 감독 작, 1989년 개봉) '영웅본색(오우삼 감독작, 1987년 개봉)'식의 홍콩 액션 느와르 영화인줄 알고 들어온 관객들이 영화를 보다가 항의하고 심지어 어떤 관객은 극장 유리창을 깼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2003년 4월1일 만우절,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난 아비, 장국영을 추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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