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 침팬지 선생님께 배우러 가자

소산 / 기사승인 : 2014-03-31 09: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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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선생님

휘황한 불빛 속에
아름다운 달의 신화는 사라지고
하늘을 찌르는 빌딩 계곡엔
찬란한 해도 몸을 비껴 피해간다
땅을 뒤덮은 표정 없는 아파트 숲에는
가슴이 퇴화된 털 없는 원숭이
유원인(類猿人)들이 살고 있다

이제부터 우리는 더 이상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우기지 말자
저 우리 속의 유인원(類人猿)
침팬지가 우리 밖의 우리를 보고
제발 좀 웃기지 말라고 한다
공감(共感)을 잃어버린 인간을
진열장의 로봇처럼 쳐다보고 웃는다

저들은 우리 속에 갇혀서도
서로 힘을 합해 도우며 살아간다는데
배부른 녀석도 배고픈 친구를 도와 먹게 해준다는데
일부에게만 먹을 걸 주어도 전부가 나누어 먹는다는데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저만 아는 인간, 함께 하지 못하는 인간
남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느끼기 못하는 인간...

침팬지가 우리에게 충고한다
우리는 비록 우리 안에서 신발을 신지 않고 살지만
먹을 것 갖다 주는 사람에게 우리 안이 더러워지니
신발 벗고 들어오라고 써 붙이지는 않는다고
감사하고 나눌 줄 모르는 인간
공감하고 협력할 줄 모르는 인간
저 침팬지 선생님께 배우러 가자

소산

<관련고전>

ㅇ 己所不欲을 勿施於人하라 (『論語』「顔淵」)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마라. (『논어』「안연」)

ㅇ 夫仁者는 己欲立而立人하고 己欲達而達人이니라 (『論語』「雍也」)
무릇 仁이라는 것은 자기가 서고 싶으면 남을 먼저 세워주고, 자기가 도달하고 싶으면 남을 먼저 도달 시켜 주는 것이니라. (『논어』「옹야」)



침팬치 출처-freedigitalphotos.net


인류는 바햐흐로 공감의 시대(The Age of Empathy)로 들어섰다고 하는데, 우리 사회는 도대체 무슨 시대로 역행하는 것인가? 급속한 근대화와 경제성장으로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우리는 정말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렸다. 함께 하는 공동체 정신이 상실되었다. 공감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공상과학소설가 필립 딕은 “공감 없는 사람은 실수로 만들어진 로봇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제러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공감의 시대』에서 공감(empathy)를 “다른 사람이 겪는 고통의 정서적 상태로 들어가 그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느끼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사회는 공감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제각기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려고 서로가 싸우는 그런 추한 사회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상생이 아니라 공멸로 가는 길이다. OECD국가 중에서 우리가 1위를 차지하는 부문이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운 항목이다. 교통사고 사망율, 자살율... 거기다가 최근 추가된 것이 고소율 1위란다. 서로 대화로 풀고 화해해 나갈 능력이 없는 건지, 그럴 생각이 없는 건지는 모르겠다.

공동생활을 하는 동물은 협력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단다. 동물학자인 프란스 드발은 이러한 ‘사회적 본능’에서 도덕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그는 침팬지조차 배려와 협력의 본능을 보여주는 자료와 실험을 공개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침팬지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협력하여 먹이를 끌어들여 함께 먹고, 설령 배부른 녀석에게 배고픈 놈이 도움을 청해면 함께 먹이 얻는 일을 도와준다는 것이다. 또 침팬지 집단의 일부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었는데도 20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모두가 그것을 나눠먹고 있었다는 실험 보고도 있다.

얼마 전 강남의 어느 아파트 각 동 입구에 “배달사원의 승강기 이용을 금지한다”는 경고문이 나붙어 물의를 빚었다. 이것이 전부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겠으나, 이기심에 가득 차서 남을 배려하거나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우리 사회의 한 면을 보는 것 같아 참으로 씁쓸하다.

머리만 커지고 가슴을 잃어버린 인간, 감사하며 나눌 줄 모르는 인간, 성감대는 있는데 공감대가 없어진 인간들은 이제 침팬지 선생님한테 배우러 갈 일이다. 바나나라도 한 다발씩 사들고 말이다. (오마이뉴스, 침팬지도 비웃을 ‘oo아파트 경고문’ [게릴라 칼럼] “배달원들에게 엘리베이터를 허하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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