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가 없으면 빛도 없다'는 노자의 리더쉽

소산 / 기사승인 : 2014-03-13 07: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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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먼지


빛이 어둠에서 태어나 만물을 환히 비추지만
온 세상 구석구석을 다 비출 수 없는 것은
곧게만 나가려는 제 성질을 못 이겨서이다
보잘 것 없는 먼지가 아니었더라면 빛은 애당초
집안 구경은 커녕 처마 밖을 떠돌고만 있었을 것이다

먼지가 제 온 몸으로 품어 고집 센 빛을 달래어
가는 길을 돌려 놓고서야 빛은 방구석도 천장도
마음껏 들여다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빛은 스스로 잘 나서 빛인 줄 안다
정작 제 자신도 비출 줄 모르면서 말이다

빛이 없으면 먼지를 볼 수 없지만
비추지 않는다고 먼지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먼지가 없으면 빛을 휘어가게 할 수 없지만
품지 않는다고 빛이 비추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서로 함께해야 둘 다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스스로 환한 빛이라고 여기는 이들이여
빛을 누그러뜨리고 먼지들과 함께 하라
그들은 그대를 품어 주는 어머니요
그대들의 갈 길을 인도하는 스승이어라
빛이여 감사해라, 먼지여 사랑해라

소산



〈 관련고전〉

ㅇ 和其光 同其塵 (道德經4章 )
화기광 동기진 (도덕경4장 )

자신의 빛을 누그러뜨리고, 티끌과도 함께한다

빛 출처-freedigitalphotos.net




우리는 ‘화광동진(和光同塵)이라는 성어로 잘 알고 있는 말이다. 여기서의 和는 조화롭다, 어울린다는 의미가 아니고 누그러뜨린다, 부드럽게 한다 내지는 '감춘다'는 뜻으로 쓰였다. 그러면 ’光‘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자신의 ’광채(光彩)‘ 즉, 재주와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同‘은 글자그대로 ’함께 한다‘는 것이요, ’塵‘은 ’티끌‘,’먼지‘라는 뜻이지만, ’속세(俗世)‘를 가리킬 때 자주 쓰는 말이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평범한 사람, 보통 사람을 가리킨다고 봐야하겠다.
‘和光同塵’이란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안으로 감추고, 자신보다 부족한 상대방과도 눈높이를 맞추어 함께 하라.”는 의미이다. 여기에는 ‘어울림’과 ‘눈높이’의 철학이 담겨 있다
‘독불장군(獨不將軍)’이라는 말이 있다. 제아무리 뛰어난 재주와 능력을 가졌어도, 혼자서 장군 노릇을 할 수는 없다. 정치 지도자나 기업의 CEO도 마찬가지다. 학교 선생님들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함께함’ 내지는 ‘어울림의 철학’이다.
함께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빛을 누그러뜨려야 한다. 자신의 재능이 정말 뛰어나더라도, 스스로를 낮추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겸손한 마음으로 다가갈 때 그들은 비로소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하면 비록 그 말이 옳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기 어렵다.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의 생각에 공감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눈높이의 철학’이다.
‘和光同塵’ 즉, “자신의 빛을 누그러뜨리고, 티끌과 함께 하라”는 말은 각 방면의 리더 또는 리더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철학이다. 아니 ‘함께 하는 법’을 잘 모르는 현대인들에게 들려주는 노자의 조용한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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