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영화] 두 번째 사랑?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서기찬 / 기사승인 : 2017-02-09 10: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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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주말 TV 영화]


- 10일 금요일 밤 11시40분 고전영화극장에서 감상할 작품은 ‘탈주 특급(Von Ryan’s Express, 1965, 감독: 마크 롭슨)‘입니다. 프랭크 시나트라, 트레버 하워드 등 출연.
2차 대전 당시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자유를 찾아 탈출을 감행하는 연합군 포로들의 이야기입니다.
프랭크 시나트라를 비롯한 굵직한 배우들의 인상 깊은 연기와 숨 가쁜 추격씬, 비장한 결말에 이르기까지 1960년대 전쟁영화가 갖춰야 할 모든 요소를 고루 갖춘 수작입니다. 드넓은 알프스 산맥을 관통하는 열차 위에 매달린 포로들과 이들을 추격하는 독일군 전투기의 추격씬, 끊긴 레일을 복구하는 동안 벌어지는 포로들과 독일군의 총격전은 역대 전쟁영화 베스트 10에 들어갈 만큼 스릴있고 재미있습니다.


- 11일 토요일 밤 10시45분 세계의 명화에서 준비한 작품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世界の中心で, 愛をさけぶ, 2004, 감독: 유키사다 이사오)’입니다. 오오사와 타카오, 시바사키 코우, 나가사와 마사미, 모리야마 미라이, 야마자키 츠토무 등이 나옵니다.
“왜 잊게 되는 걸까 소중한 것들이 많았는데 말야.”
사쿠타로(오오사와 타카오)의 회한 어린 탄식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주제를 함축합니다. 그토록 절절했던 사랑도 시간이 지나고 현실에 지치면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기억이기에 현재를 버티기 위해 망각이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오랜 시간을 거슬러 사쿠타로를 찾아온 옛 사랑의 기억은 어느새 어엿한 어른이 된 사쿠타로를 다시 괴롭게 만들지만 이젠 곁에 다른 사랑이 있는 사쿠타로는 비로소 기억의 고통을 이겨내고 홀로 버틸 수 있게 됩니다. 같은 사람의 기억을 두 사람의 어깨에 나눠지고 사쿠타로와 리츠코(시바사키 코우)는 함께 현실을 긍정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 12일 일요일 오후 2시15분 일요시네마 시간에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The 100 year old man who climbed out the window ane disappered, 2013, 감독: 펠릭스 헤른그렌)’이 편성됐습니다. 로베르트 구스타프슨, 이바르 비클란데르, 다비드 비베리, 미아 스케링에르 등 출연.
산전수전을 다 겪고 무려 100세 생일까지 맞은 주인공 알란. 우연의 연속이었던 그의 인생 속에서 상황마다 드러나는 특유의 유유자적한 태도를 보고 있노라면, 정신없이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전 세계를 누비며 역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관통해온 알란의 인생 여정은 가히 놀라운 것이지만, 그걸 지켜보는 우리는 웃음이 먼저 새어나오고 유쾌한 기분이 듭니다. 그것은 아마 너무 복잡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해 주는 듯한 그의 여유로움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이데올로기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도 단순함을 잃지 않는 알란의 모습은 정치적인 입장에만 목을 매는 사람들의 태도를 에둘러 비판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100세라는 나이가 되어서도 그냥 갇혀 있기보다는 창을 넘어 새로운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디디며, 두려워하지 않고 매사를 즐기듯 나아가는 그의 자세는 쉽게 포기하고 무력하게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줍니다.


- 12일 일요일 저녁 11시 한국영화특선 시간에는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2006, 감독: 변승욱)’이 방송됩니다. 한석규, 김지수가 호흡을 맞춥니다.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8월의 크리스마스’ 이후 오랜만에 멜로 연기로 돌아온 부드러운 남자 한석규와 ‘여자, 정혜’를 통해 성공적으로 스크린 데뷔를 마친 아름다운 여자 김지수의 만남이 돋보이는 멜로 영화입니다.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착해서 사랑을 못하는 남자와 사랑이 사치라고 생각하는 여자의 순탄치 않은 사랑이야기를 그립니다. 열병 같은 첫사랑 뒤에 다시 찾아온 두 번째 사랑 앞에서 망설이는 두 남녀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는 따뜻한 사랑이야기지요. 특히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조감독을 맡으며 실력을 쌓아온 신인 변승욱 감독이 5년 동안 철저하게 준비한 시나리오는 영화에 섬세함을 더합니다. 첫사랑처럼 마냥 들뜨지는 않지만 기분 좋은 설렘과 따뜻한 배려가 숨어있는 이들의 두 번째 사랑. 첫사랑에 실패한 상처를 지녔지만 또 다시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저마다 자신이 경험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공감하고, 상처를 다독이는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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