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은 칼럼] 비밀, 숨길 것인가 털어 놓을 것인가

유다은 / 기사승인 : 2016-03-30 1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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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비밀의 정원사]


옛날 이야기 중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이야기를 흔히들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얘기인 즉은, 어떤 나라 임금님의 귀가 당나귀 귀라서 항상 모자로 가리고 다녔다. 어느날 궁전으로 불려 간 이발사가 이발을 하면서 임금님 귀를 보고 놀랐지만, 아무에게도 이야기해서는 안된다는 임금님의 명령 때문에 그 말을 하지 못하고 답답함에 괴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뒷산 대나무 숲 가운데에 아무도 들리지 않을 것 같은 곳으로 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크게 소리를 몇 번 지르고 났더니 속이 후련해 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 소리가 바람을 타고 온 나라에 퍼져 결국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는 것이 다 알려 졌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임금님의 명령은 '비밀'이다. 그리고 이발사는 그 비밀을 공유한 사람. 그렇다면 이 이야기의 초점을 '비밀'에만 맞추어 볼때 이발사는 비밀을 지킨것일까? 아니면 비밀을 누설한 것일까?


우리 모두가 '비밀' 하나 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숨기어 남에게 드러내거나 알리지 말아야 할 일이나 밝혀지지 않았거나 알려지지 않은 내용들을 흔히 '비밀'이라 말한다. 인간 관계 중에 이런 비밀이라는 주제로 많은 이들이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기도 하고 신뢰를 잃고 관계가 끊어 지기도 하는 등 보이지 않게 우리 인간의 삶 속에 녹아들어 있는 보이지 않는 끈이 '비밀'이라는 놈이다.


비밀은 기쁜 일이나 좋은 일과 관련된 것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무겁거나 창피한 일, 즉 다른 누군가에게 말하기 쉽지 않은 일들을 가리킨다. 그러기에 누군가에게 비밀을 털어 놓는 다는 것은 그 사람과의 끈끈한 유대감과 신뢰를 의미하며 또다른 방향으로는 마음의 짐을 덜어 나누어 내놓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비밀을 누군가에게 털어 놓을때 마음은 훨씬 더 가벼워진다. 흔히 말하는 '속병' 혹은 '울화병'이라는 것들 역시 마음 속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근심과 고민, 부끄러운 것들이 만들어 낸 보이지 않는 풍선이다. 그것들은 실체가 없지만 마음 속에 쌓아 놓으면 쌓아 놓을수록 기하 급수적으로 부풀어 오르며 적절한 상태에서 바람을 빼는 작업들을 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에는 부지불식간에 다른 형태로 '뻥' 하고 터져 버리기도 한다.


이럴 때 보편적으로 가장 믿을만 한 친구를 찾아 그 비밀을 공유하므로써 마음의 짐을 내려 놓기도 하며 전혀 다른 형태의 사람, 예를 들어 전혀 그 사건이나 상황과 관계없는 제3자에게 털어 놓으며 그 짐을 내려 놓기도 한다. 경쟁이 심할수록, 또는 개인 중심의 삶이 사회 깊숙히 파고 들수록 제3자(예를 들어 심리치료사, 정신과 의사, 컨설턴트,무속인)들에게 의지하는 경우가 더욱 빈번해 지고 있다.


비밀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인간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라 그것 자체의 발생을 완전히 제거 할 수는 없으며 그것의 역할이 꼭 부정적인 것도 아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양면의 성질을 가지듯 비밀 역시 양면성을 가진다. 누군가 나에게 비밀을 털어놓을 때 그 비밀을 지켜 줌으로써 나 자신에 대한 신뢰를 다지고 멋진 사람으로써 자리 매김할 수 도 있으며 비밀을 공유한다는 탄탄한 유대감 또한 형성할 수도 있다.


내 안의 비밀의 정원을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 밭으로 가꿀 것인지 매마르고 황량한 황무지로 만들것인지는 비밀의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 자신에게 달려 있다.


글: 유다은(배우 겸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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