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불러야 정이 통하고 향기가 난다

유다은 / 기사승인 : 2016-03-11 1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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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사람 향기나는 여행]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랜드마크인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의 낮(위)과 밤 풍경.
정말 잘 알려진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를 떠 올리며 이름, 즉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해 사물이나 현상에 붙여서 부르는 말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모든 사물이나 사람에게는 이름이라는 것이 있고 그것이 있음으로 인해 우리는 사물이나 사람을 쉽게 구별할 수 있고 인지 할 수 있다. 행여 그렇지 않은 경우는 서로에게 무엇인가를 인지시키거나 설명하기가 무척이나 곤란해 진다.
얼마전 나는 홀로 말레이시아의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으로 잠시 업무겸 여행차 한국을 떠나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시간을 보냈으며 그들의 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흡수되듯이 가슴을 활짝 열고 그들과 쉽게 하나가 되었다.
말레이시아에 다녀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그전의 기억과는 달리 커다랗고 가슴 뭉클한 추억들을 가슴에 품고 눈시울을 적시며 공항에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떠나오기에 그토록 아쉬웠던 이유는 현지에서 정들고 함께 지냈던 그곳의'사람들' 때문이었다.
나의 눈에 비추어진 말레이시아는 많은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서로 평화롭게 지내며 적절한 거리를 잘 유지하면서 성장해온 깨끗하고 아름답고 밝은 나라였으며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공존한 덕분인지 음식의 천국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을만큼 여러가지 음식 또한 말레이시아에 대한 내 추억에 큰 조각을 차지 했다.
내가 그들과 함께 자고 먹고 생활하는 동안 한국에서는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름이란 것이 이토록 향기나고 중요한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으며 그 이름으로 인해 국경이 무너지고 사람과 사람이 성큼 다가가 친구가 되고 또 그보다 더욱 가까워져 한국으로 돌아올 때 쯤은 이미 그들과 가족이되어 있었다.
말레이시안 친구 Belinda(유고은), Jun(유고은의 딸 유보미), Carol(유지은), Chen(유새은), homun(유시은), Kaxin(시은의 첫째딸 유민희), Ka wye(둘째 딸 유가희), Kyiee(셋째 딸 유지희), Ka hoong(막내 아들 유지훈), 중국인 친구 Yujia(유진아),
인디안 친구Martha(유정은), Khogeekin(유정은의 중국인 신랑 태훈), Aleena(정은과 태훈의 딸 유 나).....
무려 13명에게 각자의 향기와 몸에 잘 맞을 듯한 이름을 지어주기 위해 나는 더욱더 그들의 성격과 성향을 알기 위해 노력했고 그들 역시 한국인의 이름을 부르는 그 순간부터 인종과 나이에 상관없이 유다은의 가족으로 그들과 나는 하나가 되어 있었다.
혼자 여행을 가면 나를 더욱 잘 돌아보게 되고 다른 사람과 여행을 가면 그를 더욱 잘 알게 된다는 말이 있다. 혼자 여행해야 한다면 나를 한 번 더 돌아 보는 시간으로, 누군가 더욱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친구의 손을 잡고 가슴 속 향기나는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떤가?
글: 유다은(배우 겸 가수), 사진: 포토그래퍼 유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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