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의 생명은 볼을 잘 잡는 것이라는 기본 지켜야

서기찬 / 기사승인 : 2018-10-30 15: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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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공이나 야구공, 맨손으로 잡는 훈련 유용... 지나친 미트질 연습은 삼가해야

[이만수의 포수론] (6) 포수의 첫 번째 임무



볼을 잘 잡는 비결은 당연하지만 불펜에서 투수들의 볼을 많이 받는 것이다. (헐크파운데이션)

포수에게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임무는 투수가 던진 공을 잘 잡는 것이다. 많은 지도자들이 아직도 젊은 선수들에게 프레이밍에 대해 너무 강조한 나머지 포수들이 볼을 잘 잡으려는 게 아니라 소위 미트질을 잘 하려고 한다. 그래서 본연의 임무를 잊고 어이없이 볼을 뒤로 빠뜨리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제는 아마추어와 프로야구 심판들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정확한 판단을 하기 때문에 포수의 미트질에 속는 일은 거의 없다. 프로야구 심판들은 자기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이미 갖고 경기에 들어간다. 아무리 포수가 자리에서 움직여도 심판은 정해진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스트라이크 볼 판정을 할 때 예전처럼 포수의 프레이밍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다.


볼을 잘 잡는 비결은 당연하지만 불펜에서 투수들의 볼을 많이 받는 것이다. 긴박한 경기가 많기 때문에 종종 투수들이 사인을 잘못 볼 때도 있는데 불펜에서 피칭할 때 투수에게 얘기해 사인 없이 볼을 잡는 훈련도 해봐야 한다. 또 가까운 곳에서 코치가 가볍게 던져주는 테니스공이나 야구공을 맨손으로 잡는 훈련방법도 있다.
포수에게 아주 까다로운 볼은 싱커다. 특히 주자가 3루에 있을 때는 식은땀이 다 날 정도다. 싱커를 잘 잡기 위해 포수는 맨손으로 공을 잡는 훈련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코치가 좌, 우 또는 높고 낮은 코스로 던져 줄 때 어떤 볼이라도 잡을 수 있도록 매일 훈련해야 한다. 싱커를 잡을 때 미트 낀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지 않고 땅으로 향하게 되면 자칫 엄지 부상을 입을 수 있으니 특히 조심해야 한다. 처음부터 볼을 잡을 때 45도 각도에서 미트를 들고 있어야 한다. 싱커 뿐만 아니라 어떤 공을 잡더라도 항상 45도 각도에서 투수들에게 타깃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리고 왼손 투수의 공을 받을 때는 미트를 바깥쪽 45도 각도에서 타깃을 대주면 된다. 왼손 투수의 공은 안쪽으로 휘어져 들어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몸쪽 낮은 공도 포수가 잡기 어려운 공이다. 가운데를 중심으로 해서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볼이나 변화구는 어떤 공이라도 편안하게 잡을 수 있다. 왼손투수 볼을 그나마 잘 잡을 수 있는 것은 안쪽으로 볼이 휘어져 들어온다는 것을 미리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른손 투수 볼은 바깥쪽으로 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또는 투수들의 힘이 떨어지면 갑자기 예상하지 않았던 코스로 들어올 수 있다. 공을 잡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다칠 수 있다. 특히 타자 몸 쪽으로 떨어지면 왼손 엄지가 젖혀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그날 타격은 엉망이 된다. 아예 배트를 잡을 수가 없다. 포수들이 갑자기 타격에서 부진할 때가 대부분 그런 경우다.


포수들이 볼을 잡는 위치도 중요하다. 포구하는 위치는 엄지와 검지가 갈라지는 부분이 이상적이다. 손바닥이 아프다고 미트 가장자리로 공을 잡거나 손바닥 한가운데로 받는다면 공을 놓치거나 공이 튕겨져 나갈 수 있다. 좋은 위치로 포구하면 포수 미트에서 나는 경쾌한 소리가 보너스로 주어진다. 포수의 생명은 볼을 잘 잡는 것이라는 기본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이만수 전 SK 감독, 헐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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