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영화] '대탈주' '살인의 추억' 다시 음미할 찬스

서기찬 / 기사승인 : 2018-03-29 14: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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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금요극장>-4월1일 <한국영화특선>에서 각각 편성

[미리 보는 ebs 주말 TV 영화]


- 3월30일 금요일 밤 1시15분 금요극장에서 감상할 작품은 ‘대탈주(The Great Escape, 1963, 감독: 존 스터지스)’입니다. 스티브 맥퀸, 찰스 브론스, 제임스 코번, 제임스 가너 등이 나옵니다.폴 브릭힐(Paul Brickhill)이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1950)에 기초한 탈출 영화의 걸작입니다.
범죄자를 가둬놓는 감옥과 전쟁포로를 가둬놓는 포로수용소의 차이점 중 하나는 탈출의 적법성 여부입니다. 감옥에서의 탈옥은 무조건 불법으로 간주되지만 포로수용소의 경우 제네바 제3협약에 의거, 포로의 탈출권이 인정되고 있습니다. 연합군 포로들은 탈출을 자신들의 의무이며, 탈출이 불가능할 경우 적의 심기를 어지럽혀서 더 많은 병력이 포로 감시에 매달리게 해서 적의 군사력을 낭비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포로들은 수없이 탈출하고 붙잡히는 과정을 반복하면서도 딱히 독일군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며, 독일군 또한 연합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포로들을 우호적으로 다뤘습니다. 하지만 포로들이 탈출을 감행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인간의 자유의지’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수용소를 빠져나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 3월31일 토요일 밤 10시55분 세계의 명화에서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df The Christ, 2004, 감독: 멜 깁슨)’를 편성했습니다. 제임스 카비젤, 모니카 벨루치, 마이아 모건스턴 등 출연.
피고문을 당하는 예수의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보는 듯한 고통과 감흥을 생생히 전하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웃으며 고문의 강도를 높여 가는 로마군, 이를 즐기는 군중의 모습과 말없이 고통을 감내하는 예수의 태도를 극명하게 대비하여 예수의 숭고함을 강화하려 합니다.
영화의 첫 장면, 예수를 체포하기 위해 유대인 병사들이 어두운 숲을 뒤지고 예수와 두 제자는 맞서 싸우다 결국 체포됩니다. 한 병사가 제자의 칼에 귀가 잘리는데 예수는 자신들을 체포하는 병사를 긍휼히 여겨 귀를 다시 붙여줍니다. 예수의 관대함과 신성함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장면이며 이 순간을 목격한 이는 약간의 병사들과 관객뿐입니다. 이 장면 이후로 예수는 조금의 저항도 없이 묵묵하게 고문을 받아들입니다. 로마군과 유대인의 조롱에도 응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무지를 불쌍히 여길 따름이지요. 이때 관객만이 예수가 신과 같은 존재임을 알고 있습니다. 관객이 예수를 우러러보게 만들고, 예수와 같이 유대인의 무지를 불쌍히 여기도록 한 연출입니다.



- 4월1일 일요일 낮 12시10분 일요시네마에선 ‘트루먼 쇼(The Truman Show, 1998, 감독: 피터 위어)’를 방송합니다. 짐 캐리, 로라 리니, 노아 앰머리히, 나타샤 맥켈혼 등 출연.
트루먼을 제외한 모두가 허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세계 속에서 살고 있는 트루먼의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는 마치 자신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시청자들 가운데 하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주로 코미디 연기를 선보였던 짐 캐리가 오랜만에 보여주는 드라마 연기가 신선합니다. 트루먼 쇼를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 트루먼을 응원하다 보면 어느 새 자신도 영화 속 등장인물이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 4월1일 일요일 밤 10시55분 한국영화특선에서 마련한 우리 영화는 ‘살인의 추억(2003, 감독: 봉준호)’입니다. 송강호, 김상경, 박해일 등 호흡.
영화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한 봉준호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원작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김광림의 희곡 <날보러와요>(1996).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10차례에 걸쳐 화성에서 발생했던 사건으로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영화가 만들어진 3년 후인 2006년 4월 2일, 공소시효가 만료됐습니다.('화성연쇄살인 오늘 공소시효 만료' 매일경제 2006. 4. 2).
감독은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한국적인 코믹요소를 접목시킴으로써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적당히 여과시키는 등 잘 짜인 시나리오, 치밀한 연출력, 배우들의 능란한 연기와 구성에서도 빈틈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박두만(송강호) 형사와 서태윤(김상경) 형사의 대립과 갈등 위에 박현규(박해일)라는 용의자를 통해 긴장을 증폭시키는 형식을 취하고 범행현장과 범행 장면을 보여주면서 관객을 영화의 한 흐름 속에 동승시킵니다. 또 하나의 용의자인 ’광호’ 역의 신인 박노식이 형사들과 짜장면을 먹으면서 “향숙이!”하는 장면은 한동안 개그맨들의 개그 소재가 되었고 박노식을 하루아침에 유명 배우로 만들어 놓기도 했습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살인의 추억’ 연출에 대해 “사실감을 극대화하는 디테일 묘사능력에 정교한 마름질 기술로 수제(手製) 명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안긴다”고 평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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