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영화] 안젤리나 졸리와 최진실의 외침

서기찬 / 기사승인 : 2016-11-24 09: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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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주말 TV 영화]



- 25일 금요일 밤 11시35분 고전영화극장에서 감상할 작품은 ‘천국의 나날들(Days of Heaven, 1978, 감독: 테렌스 맬릭)’입니다. 리처드 기어, 브룩 아담스, 샘 셰퍼드, 린다 만트 등 출연.
영화 ‘천국의 나날들’은 떠돌이 노동자와 부유한 농장주 사이의 비극적인 삼각관계를 간결하지만 신비로운 요소들로 연결한 시적 아름다움이 넘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관찰자의 노릇을 하고 있는 소녀의 절제된 나레이션을 통해 인간은 절반은 악마이고 절반은 천사라고 말합니다. 맬릭 감독은 이러한 인간의 모순적인 충동에 불을 붙임으로써 욕망과 갈망, 결합과 이합, 사랑과 증오의 충돌을 선과 악의 관점에서 묘사하지 않고, 인간은 때때로 자기 자신들뿐만 아니라 환경에게도 해를 가하는 파괴적인 성향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황금빛으로 춤추는 광대한 밀밭, 고딕 양식의 그림 같은 저택, 노을이 질 무렵의 평화로운 모습 등 카메라로 그린 풍경화 같은 장면들 위로 흐르는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의 음악은 눈과 귀를 모두 만족시켜 줍니다. 칸영화제 감독상, 뉴욕비평가협회 감독상, 아카데미 촬영상 수상.



- 26일 토요일 밤 10시45분 세계의 명화에서 준비한 작품은 ‘체인질링(Changeling, 2008,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입니다. 안젤리나 졸리, 존 말코비치 열연. 너무도 비현실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체인질링(Changeling)'은 ‘바꿔치기 된 아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주로 영아를 악마나 마녀가 마성의 아이와 바꾸어 요람에 넣어 둔다는 신화나 동화에서 사용된다고 합니다. 영화 속 크리스틴의 진짜 아들 월터가 실종된 사이 LA 경찰은 여론을 잠재울 목적으로 부실 수사를 하고 엉뚱한 아이를 데려와 크리스틴에게 아들을 찾아왔으니 감사히 키우라고 강요합니다. 그리고 엄마인 크리스틴의 주장은 철저히 묵살하지요. 이렇듯 영화 ‘체인질링’은 진짜 월터의 실종보다 가짜 월터의 등장으로 인해 주인공 여성이 겪게 되는 고난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이자 주인공은 1928년 당시로서는 드물게 싱글맘으로 관리자 직급의 번듯한 직장을 다니며, 고급스런 모피코트를 입고 다닐 정도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그녀가 자신의 주장을 내세울수록 경찰은 그녀를 향한 편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돈도 잘 버니 문란한 생활을 하려고 아들을 버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속내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당시 사회가 경제적 능력을 갖고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여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과연 주인공에게 남편이 있었다면, 만약에 남편이 나서줬다면 어떤 결론을 맞이하게 됐을까요?



- 27일 일요일 오후 2시15분 일요시네마 시간에는 ‘헐크(Hulk, 2003, 감독: 이안)’가 영화 팬을 기다립니다. 에릭 바나, 제니퍼 코넬리, 샘 엘리엇 등 출연.
‘헐크’는 일반적인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영화의 틀을 넘어 기존과는 다른 사뭇 진지한 주제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강해지고 싶고 자유를 갈망했던 브루스의 아버지 데이비드는 아이러니하게도 무력을 신봉하는 군대 조직과 세상을 향해 쓰레기라며 독설을 퍼붓는 광기 어린 천재 과학자입니다. 또한 유전과학을 통해 드러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힘은 그의 미친 듯한 궤변 속에서 튀어나오는 자유, 혹은 진화일 수도 있습니다. 헐크는 단순히 돌연변이로 인해 태어난 괴수가 아니라 이렇듯 그의 닿을 수 없는 꿈과 욕망이 빚어낸 하나의 상징적 존재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1962년 마블코믹스의 만화작가들에 의해 창조된 초록색 괴물 '헐크'의 캐릭터는 1977년 <인크레더블 헐크>라는 타이틀로 처음 TV 방송을 타면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그 인기에 힘입어 87편의 TV시리즈가 제작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로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지요.
2003년 ‘결혼 피로연’, ‘음식남녀’, ‘와호장룡’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이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헐크’는 1억 3,7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됐고 미국에서만 1억 3,200만 달러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2억 4,5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둬들였다고 합니다. 이안 감독의 또 다른 작품 ‘센스 앤 센서빌리티’ ‘브로크백 마운틴’도 추천합니다.



- 27일 일요일 밤 11시 한국영화특선에선 최진실을 만나봅시다.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1991, 감독: 장길수)’이 방송됩니다.
스무 살에 광고 모델로 연예계 데뷔, 밝고 맑은 이미지로 최고의 ‘청춘 스타’에서 ‘국민 연인’으로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최진실. 그녀가 세상과 이별한 지도 어느 덧 8년이 지났군요. 지금은 그 어떤 고통과 어려움 없이 편안한 곳에서 두 아이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고 있으리라 봅니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고 환하게 웃던 그녀가 그립습니다.
1991년 9월27일자 동아일보는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이 땅의 부모에 보내는 절규’란 기사에서 ‘장길수 연출, 원작 유우제. 한국전쟁 이후 해외 입양이 시작된 지 당시 40년이 넘은 시점에서 그때까지 방치돼 오던 해외 입양아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입양아를 수출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모순을 설득력 있게 꼬집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장길수 감독의 특기를 가장 잘 살린 작품 중 하나로 대부분이 스웨덴 현지 로케이션으로 이루어지고 배역도 현지에서 캐스팅되었습니다. 최진실은 스웨덴에 가서 외국어 대사로 연기를 했고 표정 연기와 뛰어난 감정 묘사로 백상예술대상에서 인기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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