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영화] 먼로와 오다기리 죠, 다시 만나는 설렘

서기찬 / 기사승인 : 2016-10-13 17: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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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주말 TV 영화]


- 14일 금요일 밤 11시35분 고전영화극장에서 준비한 작품은 ‘7년만의 외출(The Seven Year Itch, 1955, 감독: 빌리 와일더)’입니다. 마릴린 먼로, 톰 이웰, 에블린 케예스, 소니 터프 등 출연.
할리우드 고전기 코미디의 거장 빌리 와일더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1950년대 할리우드 코미디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 아내와 자식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한 가장이 겪는 과대망상과 일탈의 꿈을 유머러스하게 그렸습니다. ‘7년만의 외출’이란 뜻은 남자가 결혼 이후 7년쯤 돼면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불륜’에 대한 접근, 남편이 지닌 죄의식을 과대망상과 어우러진 세련된 코미디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결론은 역시 따뜻한 할리우드식 해피엔딩. 아무 일 없이 그녀와 하룻밤을 보낸 뒤 주인공은 과대망상을 버리고 아내와 아들이 있는 휴양지로 떠납니다.
‘7년만의 외출’ 하면 떠오르는 것은 그 유명한 지하철 통풍구 장면. 통풍구에서 올라오는 바람으로 마릴린 먼로의 스커트가 올려 지는 장면은 할리우드 영화사를 대표하는 명장면 중 하나 입니다. 그 외에도 옛 인디언 마을 맨해튼이 현대의 뉴욕으로 연결되는 재치 있는 오프닝과, 더워서 팬티를 냉장고 안에 넣어둔다는 기발한 대사 등 마릴린 먼로의 매력은 물론 빌리 와일더식 유머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수작입니다. 완전 절대 강추^^


- 15일 토요일 밤 10시45분 세계의 명화에서 감상할 작품은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東京タワーオカンと僕と、時々 、オトン, 2007, 감독: 마츠오카 조지)’입니다. 오다기리 죠, 키키 키린, 우치다 야야코, 마츠 다카코 등 호흡.
‘오다기리 죠의 도쿄 타워’는 일본인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원작소설 <도쿄 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를 영화화 한 것입니다. 저자 릴리 프랭키가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추억을 중심으로 부모와 자식, 사회와 개인,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또한 변하지 않는 것들을 솔직하게 그려낸 자전적 소설이지요. 2005년 6월 출판 이후 200만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이후 영화화된 뒤 2007년 4월 개봉해서는 일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주제는 물론 어머니이자,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 무엇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어머니는 처음으로 사랑을 담게 되는 첫사랑이자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를 사랑해줄 마지막 사랑입니다. 끝을 알 수 없는 절망의 순간, 그리고 세상 모든 이가 등을 돌려도 마지막까지 내 편으로 남아줄 것이라 믿는 사람이 바로 어머니입니다. ‘오다기리 죠의 도쿄 타워’는 바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의 차이를 통해 한 남자가 자신의 삶을 반성하는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더불어 영화는 현재 도쿄의 모습과 교차시키며 ‘도쿄 드림’의 허상도 이야기합니다. 한때 많은 사람을 도쿄로 유혹했고 그 아래서 헤매게 했지만 여전히 우뚝 서 있는 도쿄타워의 모습은 마사야의 눈물과 함께 겹쳐집니다.


- 16일 일요일 오후 2시15분 일요시네마 시간에는 ‘딥 임팩트(Deep Impact, 1998, 감독: 미미 레더)’를 방송할 예정입니다. 로버트 듀발, 티아 레오니, 일라이저 우드, 모건 프리먼,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맥시밀리안 쉘 등이 나옵니다.
전설적인 의학드라마를 연출한 감독의 작품답게 우주 재난영화임에도 섬세한 감동이 인상적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테마로 개봉한 ‘아마겟돈’(1998)에 흥행에선 밀렸지만 ‘딥 임팩트’는 과학적 고증에도 훨씬 충실하며 등장인물의 개인적 감정에 집중해 우주적 재난의 위압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드라마적인 풍성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특히, (제니의 뉴스 보도로 끔찍한 사건들이 스쳐 지나가긴 하지만) 영화는 최대한으로 인간의 이성과 따스한 마음을 지켜내려 합니다.


- 16일 일요일 밤 11시 한국영화특선에선 ‘후아유(Who Are You?, 2002, 감독: 최호)’를 편성했습니다. 조승우, 이나영 주연.
‘후아유’는 가상공간을 통해 자신을 발견해가는 ‘N세대’들의 청춘 멜로영화입니다. 2000년대 초반 ‘N세대’ 혹은 ‘네트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은 디지털 기술과 함께 성장한 세대를 가리킵니다. 거칠 것 없고 자신밖에 모르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세대... 하지만 ‘후아유’는 방식이 다를 뿐 그들 또한 세상에 나가는 걸 주저하고 그래서 더욱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간절히 바란다고 말합니다. 그런 점에서 ‘후아유’는 젊은이들 간의 소통을 다루면서, 세대 간의 소통 가능성도 열어보입니다.
63빌딩의 수족관 잠수부 인주는, 국가대표 수영선수이던 3년 전 훈련 중 사고로 청각을 잃고 세상에도 문을 닫아 걸었습니다. 그에게 어느 날 ‘후아유’라는 커플게임의 베타테스트에 참여하겠냐며 아이디 ‘멜로’가 다가옵니다. 멜로는 사실 이 게임을 만든 형태입니다. 나쁜 평을 올린 인주를 설득해보겠다는 오기로 접근했지만, 일 외엔 아무것도 관심 없던 형태는 차츰 사랑을 느껴갑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인주는 가상의 멜로만을 바라보며 형태를 속물 취급합니다. “투명인간 친구란 말 알아? 만나는 것도 전화도 안 돼. 하지만 그래서 힘이 되는 친구….” ‘후아유’는 한석규, 전도연의 ‘접속’을 연상시키지만 그 정서는 조금 더 젊습니다. 아바타 게임이 재현한 압구정동·대학로 같은 공간은 젊은이들에게 익숙하고, 광고 같은 영상, 빠른 화면 전환, 친숙한 한국 가요들의 삽입 등도 ‘젊은 감각’에 일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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