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은 칼럼] 삶이 묻어있는 '향기남' 배우 정영민

유다은 / 기사승인 : 2016-10-04 14: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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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은의 향기나는 세상]
20회 '헤이즐럿 잔향' 배우 정영민


인생의 인연이라는 것은 참으로 톡특한 곳에서 찾아오곤 하는 것 같다. 산타클로스의 선물보따리와 같이 무엇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인생의 갖가지 사사로운 즐거움을 얻으면서 기뻐하고 슬퍼하며 사람과 사람사이의 만남과 헤어짐으로 하루하루를 마무리한다.


다람쥐 쳇 바퀴 돌듯이 사는 삶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뜬금없이 찾아 드는 인연은 우리의 삶을 또 다른 궤도로 올려 놓으며 다른 무대장치에서 또 다른 인생의 연극을 시작하곤 한다.


여느 한적한 날 오랜만에 희로애락을 같이 했던 동료들이 한 자리에 모여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해 주던 날, 그날의 주인공이었던 사람이 바로 배우 정영민 이었다. 몇 년간을 알고 지냈지만 다들 스케줄이 바쁜 관계로 연간 한번 쯤이나 만날 수 있을까 말까 하는 배우 선배님들인데 그날은 우연히도 기회가 되어 인천에 있는 팬션에 다들 모여 있다기에 기쁜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도착해서 반가운 재회를 하는동안 딱 한명의 낯선 얼굴을 발견, 그는 그저 묵묵히 열심히 정성들여 고기를 굽고 있었다. 사뭇 숫기가 없어 보이는 건지 사색을 하고 있는 중인지 헷갈릴 만큼 우직해 보이기도 했던 그. 하지만 정작 눈을 맞이하고 얘기를 하다보면 어느덧 거짓없는 그의 표정과 말투에 깊숙히 빠져들게 되는 소박하고 순수한 매력을 지닌 배우 정영민.


그는 친구와 공연 한 편을 보고난 후 우연히 혹은 운명적으로 배우의 삶에 발을 디디게 되어 그의 인생에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이제 대중들도 너무나 잘 알다시피 열정과 꿈을 가진 연극배우의 삶 만으로는 당연히 생활고에 시달릴 수 밖에 없고 그 역시도 커다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주변의 많은 배우들이 낮과 저녁에는 공연을 하고 새벽에는 대리운전을 하는 모습을 누구보다 더 많이 지켜보고 안타까워하며 격려해 주던 사람 정영민. 같은처지에 놓여 갈등하던 그때 , 그는 학교를 다니면서 연출을 병행해 공부한 것을 되살려서 돈을 벌지만 배우의 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직업에 도전하기 위해 2006년 부터 조연출로 연출의 길에 또 다른 발 한짝을 내딛게 된다.


친구, 선배, 동생으로서 어느 자리에 있어도 잘 어울리는 향기나는 남자 배우 정영민, 지난 2월 SBS 설특집 '영주'서 열연하는 정영민.(SBS 캡처)
가수 겸 배우 유다은(왼쪽)과 배우, 연출가 정영민.(유다은)

그는 학교가 끝나면 인재 개발원에서 "연극 놀이를 통해서 사람들이 표현하는 방법을 이끌어내주는 표현력"에 대한 강의를 하기시작하면서 2015년에는 '구미호'라는 작품으로 당당하게 연출의 이름을 내걸게 된다. 또한 꾸준히 한국 여성국극 협회에서는 조연출을 겸하고 경복대, 인재 개발원, 호서대학교등등 많은 곳에서 강의까지 겸하고 있지만 배우로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14시간이 넘는 기다림과 생활고였다고 담백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지적이고 사람 냄새나는 배우 정영민.


2016년 SBS 설 특집극 <영주> 에서 '도치'라는 인간말종 악역 연기를 시원스럽게 보여주며 브라운관에까지 데뷔를 하게된다.


연출을 할 때 역시 배우와 동일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연출을 하면서 관객의 시점과 배우의 미묘한 시점을 배우게 되었으며 항상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본인의 배움을 세상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겠다는 겸손함까지 지닌 헤이즐넛 향기가 맴도는 배우 정영민 그는 언젠가 본인의 극단을 만들어 아이들과 가족들이 모두 즐길수 있는 공연을 브로드웨이에서 올릴 꿈을 안고 오늘도 어김없이 연출에 몰입 중이다.
이번 작품은 말론 브란도가 출연해서 영화계에 큰 파장을 가지고 왔던 영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연극으로 각색하여 2016년 10월6일(목요일) 부터 16일(일요일)까지 약 10일간 인천 문학시어터에서 또 다른 배우 정영민의 매력을 발산할 마지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친구로서, 선배로서, 동생으로서, 어떤 위치에 있어도 어울리지 않는 곳이 없는, 잔향이 미소짓게 하는 멋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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