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TV영화] 다시 보는 ‘델마와 루이스’ ‘살인의 추억’

서기찬 / 기사승인 : 2016-08-31 18: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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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주말 TV 영화]


지난주는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로 인해 정규방송 영화 프로그램이 방영되지 못했습니다. 이번 주 기쁜 소식은 토요일 세계의 명화가 기존 밤 11시45분에서 1시간 당겨 밤 10시 45분에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동안 방송시간이 너무 늦어 좋은 작품을 놓치신 영화 팬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 9월2일 금요일 밤 11시35분 고전영화극장에서 마련한 작품은 ‘서부의 사나이(Man of the West, 1958, 감독: 앤서니 만)’입니다. 게리 쿠퍼, 줄리 런던, 리J. 콥 등 출연.
과거 악행을 저지르던 인물이 개과천선해서 새사람이 됩니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주변사람들에게 모두 고백하고 죄를 용서받습니다. 그리고 결혼까지 해서 행복하게 살지만 어느 날 위기를 맞이합니다. 마을주민들이 모아준 돈으로 선생님을 모시러 가던 기차에서 자신이 몸담았던 강도단의 습격을 받게 됩니다.
게리 쿠퍼가 분한 링크 존스라는 인물은 여느 서부영화의 영웅들과는 여러모로 다릅니다. 마카로니 웨스턴의 비사회적이고 무자비한 주인공들과도 한참 동떨어져 있습니다. 열차의 기적소리에 놀라서 소스라치고 1대1 대결에서도 그다지 강인한 인상은 보여주지 못합니다. 서부영화사상 초유의 캐릭터라 할 만한데, 이후 나온 ‘용서받지 못한 자(Unforgiven,1992)’와 같은 작품마저 아류로 돌려놓을 만큼 독창적인 캐릭터입니다. 장 뤽 고다르는 ‘서부의 사나이’를 그해의 영화로 선택하면서 ‘웨스턴의 재발견’이라 일컬었다고 합니다. 1950년대 할리우드 서부극을 최고의 경지로 올려놓은 앤서니 만이 연출한 마지막 서부극이자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 9월3일 토요일 밤 10시45분 세계의 명화에서 감상할 작품은 ‘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 1991, 감독: 리들리 스콧)’입니다. 수잔 서랜든, 지나 데이비스, 하비 케이틀, 마이클 매드슨, 브래드 피트 등이 나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감당해야 할 고통, 특히 그 고통이 남성의 성적인 폭력으로 인한 것이라면 그 고통이 얼마나 참담한 것일까요.
1991년 리들리 스콧 감독이 발표한 작품. 같은 해 칸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90년대 로드무비의 전형을 제시한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폭력과 긴장감의 미학, 색조의 완성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델마와 루이스를 담아낸 영상에는 그녀들의 ‘자유’를 상징하는 광활한 자연풍광이 눈부시게 아름답게 담겨있고 적절하게 사용된 사운드트랙은 관객의 감수성을 자극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바로 델마가 변화되는 과정입니다. 영화는 강인한 루이스와 연약한 델마의 캐릭터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델마는 달라집니다. 자기 때문에 곤란한 일이 생겨도 나 몰라라 하던 나약한 성격은 점차 주체적으로 변하다가 영화 말미에는 루이스를 압도하는 결단력까지 보여줍니다. 이런 변화가 있기까지 델마는 자신의 운명을 뒤바꿔버릴 실수들을 저지르게 되는데, 결론적으로 이런 실수들로 인해 델마는 평생 억누르고 살았던 자신의 진정한 내면을 드러낼 수 있게 됩니다. 무엇보다 두 주연 여배우의 뛰어난 연기력이 뒷받침됐기에 본 작품은 명작의 반열에 올라섰는데 수잔 서랜든과 지나 데이비스가 동시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바람에 표가 분산되어 수상에는 실패했습니다. (‘양들의 침묵’ 조디 포스터가 수상.)


- 9월4일 일요일 오후 2시15분 일요시네마 시간에는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O Brother, Where art Thou?, 2000, 감독: 조엘 코엔)’가 방송됩니다. 조지 클루니, 존 터투로, 팀 블레이크 넬슨 등 출연.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탈옥수들이 겪는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인종문제와 정치문제, 그리고 당시의 시대상을 교묘히 결합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이 ‘율리시즈’인데, 오랜 모험과 방랑 끝에 고향으로 돌아와 아내와 재회하는 ‘오디세이’를 패러디한 작품입니다. 특히 세 명의 미녀들에게 홀려 피트가 두꺼비로 변해버리는 에피소드와 거구의 외눈박이 성경 판매원에게 곤욕을 치렀다가 ‘퇴치’하는 장면에서는 ‘오디세이’를 절묘하게 인용한 코엔 형제의 기지가 느껴집니다. 하지만 뮤지컬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컨트리 음악은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소도구로서의 역할을 하며, KKK단의 등장이 후반부의 극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이끈다는 점에서 영화에는 미국적인 색채까지 그대로 살리고 있습니다. 과정은 다르지만 비슷한 결말로 매듭짓는 두 작품에서 코엔 형제는 특유의 감수성으로 고대 그리스와 미국 근대사의 절묘한 결합을 시도했습니다.


- 9월4일 일요일 밤 11시 한국영화특선에선 ‘살인의 추억(2003, 감독: 봉준호)’을 다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송강호, 김상경, 박해일 등 열연. EBS에서 9월 한 달 동안 ‘봉준호 감독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영화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한 봉준호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원작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김광림의 희곡 <날보러와요>(1996)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10차례에 걸쳐 화성에서 발생했던 사건으로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영화가 만들어진 3년 후인 2006년 4월 2일, 공소시효가 만료됐습니다.
감독은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한국적인 코믹요소를 접목시킴으로써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적당히 여과시키는 등 잘 짜인 시나리오, 치밀한 연출력, 배우들의 능란한 연기와 구성에서도 빈틈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박두만(송강호) 형사와 서태윤(김상경) 형사의 대립과 갈등 위에 박현규(박해일)라는 용의자를 통해 긴장을 증폭시키는 형식을 취하고 범행현장과 범행 장면을 보여주면서 관객을 영화의 한 흐름 속에 동승시킵니다. 또 하나의 용의자인 ’광호’ 역의 신인 박노식이 형사들과 짜장면을 먹으면서 ”향숙이!”하는 장면은 한동안 개그맨들의 개그 소재가 되었고 박노식을 하루아침에 유명 배우로 만들어 놓기도 했습니다. 또 봐도 재밌는 걸작.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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