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칼럼] '유시진'같은 군인, '강모연'같은 의사 보고싶다

손석한 / 기사승인 : 2016-04-12 10: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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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태양의 후예'는 우리를 기쁘게 만든다!


'태양의 후예' 열풍이다.
‘~하지 말입니다.’라는 표현이 대세를 이루어서 여러 기사 제목과 정치적 홍보 문구에서조차 인용되고 있다. 또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각종 패러디가 등장하고 있고, 송중기와 송혜교 두 명의 송씨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사랑도 엄청나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4월 11일 제5차 문화융성위원회의에서 ‘태양의 후예’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모범사례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기야 드라마 판권이 해외 30여개 나라에 팔렸다고 하니 대통령께서도 기뻤을 것이다.


어디 대통령뿐이랴! 온 국민이 지금 우리나라 문화 상품의 세계 진출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겨울연가'와 '대장금'에 이어서 한류 열풍이 다시 거세게 불기를 기대할 뿐이다. 그렇다면 '태양의 후예'를 보는 우리는 과연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그리고 '태양의 후예'는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kbs 2tv 드라마 '태양의 후예' 방송 캡처.

먼저 송중기라는 배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최근 군대를 현역으로 전역했다. 그런 다음에 곧바로 드라마 속의 유시진 대위로 캐스팅되었다. 바로 이 대목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지금이야 언감생심 그러한 일이 없겠지만, 과거의 일부 연예인은 군 복무를 기피했다. 잘못된 특권의식의 발로였을 수도 혹은 기존의 인기, 즉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차원이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송중기라는 사람은 떳떳하고 당당하게 군 복무를 마치고 왔으니, 많은 대중들은 그와의 동질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똑같거나 최소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서로 가까워지는 것에 무척 유리하다. 대한민국 보통 남성들의 공통점은 바로 ‘군대 복무’라는 점에서 그는 남자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그의 역할은 특전사 대위였다. 그가 군인 중에서도 가장 용감한 특수부대원으로서 개인의 욕망이 아닌 국가와 민족을 위한 모습을 보여줄 때 많은 남성들의 가슴이 뭉클했다. 이익을 쫓는 자 앞에서 자신의 군인으로서의 임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유 대위의 말을 듣는 순간 잊었던 순수함이 되살아났다.


많은 사람들은 현재 ‘먹고 살기 위함’이라는 미명 하게 불의와 타협하고, 부정을 못 본 척 하며, 힘 있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때로는 자신의 양심과 소중한 가치관을 저버리곤 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도무지 확실하게 알 수 없는 미안함과 뭔가 해결되지 않은 답답함을 가슴 한 구석에 안고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유 대위는 그렇지 않다. 정의를 추구하고 남자의 멋을 유지하면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극중 의사 강모연과 연애 감정에 휩싸였다.


kbs 2tv 드라마 '태양의 후예' 방송 캡처.

시청자들은 다시 한 번 기뻐한다. 남의 일 같지 않다. 특히 아직 미혼인 남성들은 대리만족감의 효과를 얼마나 크게 느낄까? ‘아! 나도 저렇게 멋지게 그리고 대의를 위해서 정의롭게 살면 송혜교 같은 미인과 사귈 수 있겠다. 아니 송혜교 같은 능력 있는 미인이 나를 좋아하게 되는구나.’라는 결론을 마음속으로 확정 짓는다. 현실에서 그러한 일이 어서 빨리 일어나기를 꿈꾸면서 잠시 즐거운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지금 당장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좋다. 가깝거나 혹은 먼 미래에라도 그러한 일이 벌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희망이 생겨난다.


희망은 우리의 기분을 들뜨게 하고, 그 결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든다. 어디 남자뿐이랴? 여자들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마음속의 순수한 감정을 뒤로 한 채 조건 좋은 남자와 결혼하려는 마음이 커져가는 자신에게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지 뭐! 오히려 제대로 정신을 차린 것뿐이야.’라는 합리화의 방어기제로 스스로 다독여왔다. 하지만 드라마 속 송중기를 보고 나서는 다시 한 번 고민에 빠져든다. ‘맞아! 돈 많은 남자가 아니라 마음이 멋진 남자가 중요해!’라는 판단이 든다. 한 가지 옥의 티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드라마의 한계라고나 할까? 극중 송중기의 멋진 마음보다는 멋진 얼굴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설 가능성이 높기는 하다. 하지만 멋진 얼굴에 더한 멋진 마음이 있기에 송중기가 여성 팬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 선다고 믿고 싶다.


이쯤에서 송혜교의 역할인 강모연에 대해서 살펴보자. 그녀는 의사다. 그러나 결코 화려하고 안락한 의사가 아니다. 지진이 일어나고 포탄이 난무하는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을 뻔한 사람들을 구해주는 흉부외과 의사다. 그래서 대단하고 훌륭하다. 최근의 의료계의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환자의 목숨과 직결되는 흉부외과, 신경외과, 일반외과, 외상외과 등의 인기가 곤두박질친 지 오래되어 전문의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고, 반면에 상대적으로 쉬운 난이도에 돈벌이가 보다 더 용이한 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등의 인기가 정점에 있다. 많은 국민들은 이러다가 수술하는 의사를 해외에서 수입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한다. 이러한 시점에 강모연은 훌륭한 성적임에도 불구하고 흉부외과를 선택했고, 연이어 해외 봉사를 자청했으니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제대로 어울리는 의사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미모까지 갖추었으니 이러한 의사 선생님이야말로 국민들이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는 대상이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태양의 후예'에서처럼 군대 생활이 과연 낭만적인가? 대위로서 자신의 판단대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실제 그렇게 있는가? 그렇지 않으므로 드라마가 비현실적이라고 한다.
맞다. 드라마는 허구다. 이야기를 만든 것이다. 그러니 현실을 100% 반영하기에는 본래 어려움이 따른다. 100%의 현실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으니 그냥 드라마를 드라마로 즐기면 어떤가 싶다. 하지만 앞으로 드라마를 넘어서서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에 이제부터 유시진과 같은 군인들과 강모연과 같은 의사들이 많이 나오면 정말 좋겠다.


글: 손석한(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의학박사, 연세신경정신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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