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많은 지인을 '친구'라 소개한다면...

유다은 / 기사승인 : 2016-03-16 15: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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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구'(2001년, 감독: 곽경택) 중에서 스틸 컷.

[제6회 친구는 반말? 존댓말?]


어느날 세계적인 기념행사에 의거한 전시회 문제로 외국에서 유명한 종교지도자님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오해의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특정 종교와 나라 그리고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영광스러운 자리에 내가 잠시 통역을 부탁 받게 되었는데 날짜와 시간 그리고 기타등등 세세한 것들을 조율하는 자리라서 큰 부담없이 기쁜 마음으로 그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분들 역시 이미 구면이었기에 아무 부담없이 소임을 다하고 자리를 나서는 순간이었다. "다은아 오늘 고생했다. 그런데 네가 잘 모르는 것 같아 한마디 해주마. 저 외국 분이랑 너랑 친구라고 호칭하는 것은 괜찮다만 그래도 한참 어른인 나와 친구라고 하는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니 앞으로는 주의 하도록 하거라."
나는 갑자기 얼굴이 뜨거워 졌다. 그들 사이에 이미 통역을 맡아오던 분이 계셨지만 이쪽에서 더욱 정확히 전달할 내용이 있어 불편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합류 하기를 원하셨고 그들 역시 처음보는 사람인 나와의 관계를 물어 보기에 스스럼 없이 친구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런데 이것이 웬 말인가? 그 상황에 내가 사용했던 영어 단어 '친구'라는 어휘는 '가깝고 친근하게 오래 사귄 사람'을 의미 했으나, 나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시고 높으신 위치에 있으신 분께서는 '나이가 비슷하거나 아래인 사람' 을 지칭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신듯 했다. 이 안에는 '친구'라는 하나의 단어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격을 높이지 않았음을 지적하려 하심이다.
나는 여기서 나이로 존대와 서열을 결정하는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를 지목하려 한다. 이것이 비단 친구라는 단어를 쓴 것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존댓말을 사용하는 우리의 유교 문화가 뿌리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끼리 친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마저 경망한 어휘구사로 인지 되는 것이다.
나는 자주 이런 문제를 겪는 편이다. 나에게는 12살 친구도 있고 17세 친구도 있으며 58세 친구도 있고 88세 할머니 친구들도 있다. 피를 나누지 않고 서로 인연이 닿아 만나 서로 좋아하고 만나고 즐거워 하며 보고싶어 하는 새로운 많은 사람들을 친구 라고 부르지 않는가?
물론 한국에서는 한 살만 많아도 '언니, 오빠'이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면 '이모,삼촌' 처럼 호칭이 따로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친구가 아닌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친구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나이가 같아야만 한다는 고정관념들에 사로 잡혀 있다. 나에게 한국과 서양을 막론하고 친구라는 칭호는 언제나 마음의 문을 열고 가슴으로 존중하며 그들의 부족한 모습마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친구를 사귈 때는 나이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어른들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은 우리 문화로써 당연한 예의이고 그것 역시 어른을 공경하고 보살피는 마음을 가져야만 그 의미가 비로소 명확해 지는 것이다. 겉으로는 존댓말을 하면서 그 안에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 존댓말이 힘이 있을 리 만무하다. 친구를 사귀는데 나이가 걸림돌이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고 생각한다.
손윗사람에 대한 공경문화 즉 경직된 나이 문화로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인간관계에도 제한을 주는 문화는 이제 조금씩 융통성을 가져야 할것이다.
유다은(배우 겸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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